토너먼트 고급 가이드 12 - Zone 에 들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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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5 08:30
저는 홀덤을 두뇌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강의에서도 많이 강조하는 부분이구요....홀덤이 바카라와 다른 것은 운에만 의존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끝없이 상대 핸드를 유추하고 거기에 알맞는 액션을 취해야 하죠. 정답이란건 없지만 정답에 가까운 여러가지 플레이들이 제시되고 토론되고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은 바둑과 매우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또 하나 스포츠로서의 속성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도의 집중 상태에서는 인간의 두뇌는 때로는 상상 이상의 능력을 발휘합니다.
제가 대학 입시 학력고사를 치렀던 1990년 (91학번입니다) 에 수학 문제가 사상 최고로 어려웠습니다.
2시간의 시험 시간중 40분을 쓰고도 맨 앞장 8문제중 단 한문제만을 풀었더랬죠. 저는 매우 당황하였지만 침착함을 잃지 않고
앞 장을 포기하고 주관식 7문제부터 풀기 시작했습니다. 주관식의 배점이 컸거든요. 그때부터 놀라운 집중력이 발휘됩니다.
1시간 동안 주관식 6문제와 객관식 20문제를 풀어낸 것이죠. 결국 객관식 5문제와 주관식 1문제를 못풀어서 75점 중 64점을 받았지만(객관식 1문제는 찍어서 맞춥니다 ㅎㅎ) 무난하게 서울대 의대에 합격합니다. 그 때 서울대 자연계 합격자 수학 평균 점수는 55점이었으니까 수학에서 제 합격이 사실상 결정되었죠. 수학 시험끝나고 짐싸서 나가는 학생들도 많았습니다.
지금도 다시 생각해봐도 놀라운 일입니다. 처음 40분동안 1문제를 풀었는데 1시간동안 26문제를 푼것입니다. 이해가 가십니까?
대학 입시라는 초긴장 상태에서 저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 것이죠
나중에 제가 이른바 "zone" 에 들어갔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zone 이란 인간이 고도의 집중력을 가지고 어떤 일을 수행할 때 자신의 최대 능력치를 발휘하게 되는 구간을 말합니다. 여기에 들어가게 되면 다른 것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고 오로지 내가 해야 할 일에만 집중을 하게 되는데 마음이 불안하거나 하지 않고 매우 편안한 상태가 됩니다. 당시를 돌이켜보면 내가 어떤 상태에 있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다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매우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는 것밖에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비슷한 경험을 골프를 칠때 몇번 하였습니다. 골프를 하다보면 결과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고 플레이에 영향을 받습니다. 마치 홀덤을 하다가 틸트가 되었을때 플레이에 영향을 받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나 어떤 날은 실수를 해도 전혀 동요가 없고 편안한 상태로 가다가 갑자기 플레이가 너무 쉬워집니다. 몇홀 연속 파를 아무렇지도 않게 합니다. 설령 보기가 나오더라도 동요하지 않고 다시 좋은 플레이를 하고 끝나고 보면 70대 스코어가 기록되는 것이죠
골프에서는 이런 날을 "그분이 오셨다" 고 합니다. 그러나 정말 신이 들린 것은 아니고 바로 "zone" 에 들어간 것입니다
이런 날 내가 드라이버를 어떻게 쳤는지, 어려운 숏게임에서 어떻게 오케이 거리에 붙였는지 다시 생각해보면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그냥 무의식중에 플레이를 하였고 소름 돋는 결과가 나왔으므로 말로 성명하기가 힘듭니다.
우승을 여러차례한 유명한 KLPGA 프로와 인터뷰할 기회가 있어서 물어보았습니다. zone 에 어떻게 하면 자주 들어갈 수 있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느냐? 들어갔다고 느꼈을때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느냐? 하는 질문들이었습니다
그 프로는 인위적으로 들어가기는 어렵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나 한샷 한샷에 최선을 다하고 당장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을 하려고 노력하다보면 어느새 zone 에 들어와 있는 것을 여러차례 경험하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럴때는 우승이나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zone 에 들어갔을 때 흐름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였고 그냥 한샷 한샷 최선을 다한다고 하였습니다
토너먼트를 하면서 저도 zone 에 가끔 들어갈 때가 있습니다.
어떻게 들어갔는지는 저도 기억이 잘 안납니다. 그냥 한 핸드 한핸드 최선을 다해 플레이한게 전부였고 어느새 5천명중 100명이 남게 됐습니다. zone 에 들어가지 못했을때는 100명부터 세미파이널까지 매우 지루하고 힘들지만 zone 에 들어가게 되면 시간이 후딱 지나가고 어느새 세미파이널, 파이널이 되어 있습니다.
상대의 핸드가 훤히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지금 이순간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아도 쉽게 결정이 됩니다.
다른 것들은 보이지 않고 내 핸드와 보드, 상대만 보입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어떻게 플레이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가끔은 이러한 경험을 하셨거나 하실 것입니다.
한핸드 한핸드를 집중하여 플레이하시길 바랍니다. 실수가 있었더라도 빨리 잊고 다음의 플레이에 집중을 하시기 바랍니다
내가 zone 에 들어왔다고 느끼면 물흐르듯이 순리에 따른 플레이를 계속 하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연습량이 필요합니다
저는 매일매일 한두시간이라도 플레이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토너먼트를 한두시간 하다 중단하는 것은 뱅크롤의 입장에서 보면 아주 나쁜 플레이지만 연습의 개념에서 보면 아예 안하는 것보다 훨씬 좋습니다
제가 수학시험을 잘 치를수 있었던 것도, 유명 프로가 우승을 할수 있었던것도 평소의 연습량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언제든 zone 에 들어갈 수 있도록 연습하고 한순간 한순간 집중하려고 노력해보시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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